2월에 정말로 오랜만에 니이가타현(新潟県)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출장 목적이 클레임까지는 아니지만 고객으로부터 미팅을 빙자한 호출(?)이었기에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전임자가 담당했던 안건이기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었고 메일에 cc가 4명이었기에 최소한 5대 1의 미팅이 되겠구나 하고
조금 긴장감을 안고 도쿄역으로 향했습니다.
도쿄역에 도착했더니 2월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입고 입던 코트를 벗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간단히 마실 것을 사고 플랫홈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신칸센이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E7계 신칸센도 오랜만에 타보네요...
E7계는 호쿠리쿠 신칸센(北陸新幹線)만 달리는 줄 알았는데 죠에츠 신칸센(上越新幹線)에도 투입되어 있었네요.
오랜만에 출장 가려니 이것저것 바뀐 것들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
(잡답으로 도쿄 메트로 오오테마치(大手町)~도쿄역까지의 연결 통로도 예전보다 깨끗하게 공사해 두었더군요)
고객사로부터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과 설명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었지만 미팅 때 어버버 거리지 않도록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준비해온 자료들을 보면서 다시 머릿속에 새겨 넣었습니다.
회사에서 지급받은 노트북은 후지츠(富士通)의 13.3인치 제품인데 배터리 성능도 불만이고 조금만 부하가 걸리면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에 활주로를 활주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무게가 698그램(공식 홈페이지 자료)으로 가벼워서 전부 다 용서가 됩니다 ^^;
역시 회사 노트북은 들고 다니는 일이 많다 보니 가벼운 게 최고인 거 같습니다.
한동안 차창 밖 풍경이 변하지 않았는데 에치고 유자와(越後湯沢)부터 갑자기 설경이 펼쳐져서 잠시 동안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겠지만 올 겨울에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 건 처음 봤습니다.
(원래는 눈이 많이 내려서 스키장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올해 일본은 전국적으로 적설량이 상당히 적다고 합니다)
눈이 쌓인 걸 보면서 "하루가 보면 참 좋아할 텐데..."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하루가 작년부터 계속 눈놀이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싶다고 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디 데리고 가기도 쉽지 않네요..
아무튼 나가오카(長岡) 역에서 신칸센을 내려서 로컬선으로 갈아타고 거래처 근처 역까지 가야 했었는데
로컬선의 전철이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어서 환승에 40분을 기다려야 했는데 점심시간에 마땅히 밥을 먹을 곳도 없어서
대합실 옆에 병설되어 있는 타치구이(立ち食い서서먹는) 소바집에서 우동과 미니 규동 세트를 시켜 먹었습니다.
우동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더니 예상했던 그대로의 맛이었는데 문득 어렸을 때 대구에 제사 지내러 내려갈 때 대전역에서 잠시 정차할 때
아버지가 뛰어 내려가서 형과 저에게 사다 주시던 가락국수가 생각났습니다. (단무지도 있었으면 딱일텐데..ㅎㅎㅎ)
어렸을 때 새마을호는 자주 탈 수도 없는 "고급" 열차였고 그 안에서 사 먹던 진공 포장된 "진미 오징어"랑 "커피 땅콩" 등도 참 맛있었는데...
아무튼 서둘러 우동을 뱃속으로 집어넣고 대합실에 앉아서 마지막으로 자료를 눈으로 훑어 보면서 기다리다 보니 전철이 도착했고
10분 정도 뒤에 목적지인 미츠케(見附) 역에 도착했습니다.
한산한 미츠케 역... 어째 군생활했던 서천역이 생각나는 시골의 기차역 분위기였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봤더니 서천역도 많이 바뀌어서 옛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네요)
아무튼 역을 나와서 택시 정류장으로 갔더니 택시는 없고 택시 회사 연락처가 적혀있는 입간판만 썰렁하게 서 있었습니다.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움직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택시회사에 전화해서 택시를 불렀더니 15~2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는데 10분 정도 뒤에 택시가 도착해서 거래처에도 미팅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역 주변을 잠시 둘러봤는데....
역 반대편으로 통하는 지하통로는 조명 색깔이 으스스해서 반대편으로 갈 일도 없었지만 혹시 반대편에 갈 일이 있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익숙하게 보이는 곳들이 있어서 예전에 와봤던 것 같기도 한데... 언제였지..... 기억이....^^;;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뒤에 거래처에 도착해서 회의실로 안내받아서 (경험상 미팅 스페이스가 아니라 회의실로 안내받으면 간단히 끝난 적이 없어서) 속으로 "아~~오늘 미팅은 빡시겠네..."라고 생각했는데 고객사는 예상보다 적은 3명이 참가했고 미팅은 2시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큰 문제없이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은 2층짜리 E4계 MAX 였습니다. 16량 편성으로 8량 차량이 두대 접속되어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TV광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죠에츠 신칸센(上越新幹線)은 역시 MAX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1층 자리에 앉으면 홈에 있는 사람 발만 보입니다 ㅎㅎㅎ
도어가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반지하 같은 1층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타본 적도 없는 유럽의 열차가 생각납니다.
어렸을 때 보던 미국 영화에 나오던 부자들이 점보기의 퍼스트 클래스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참 멋있었는데...
귀찮은 숙제는 남아 있지만 일단 긴장도 풀리고 편한 마음으로 도쿄로 향할 수 있어서 자리에 앉아서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는데
반대편에 외국계 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5명 그룹이 본사에 온 사람들과 일본 거래처를 돌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맥주를 마시면서
영어로 얼마나 떠들던지.... 5명 중에 3명이 일본 사람이었는데도 주위 시선 전혀 신경 안 쓰더군요...
다음 달부터는 토호쿠(東北) 지역이랑 니이가타현(新潟県)을 담당하게 되어서 예전처럼 동북 지역을 자주 돌아다닐 거 같은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다들 되도록 출장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라 상황을 보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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