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기/2020年

3월말에 도쿄에서 눈사람 만들기...

하루 아빠 2020. 3.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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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3/29)에 일어나서 거실로 내려왔더니 엄마랑 구몬학습을 하고 있던 하루가 저를 보자마자

"아빠~~ 아빠~~ 밖에 눈 왔어~~ 눈이 쌓였어~"라며 흥분해서 자랑(?)을 했습니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봤더니 헉!!! 정말로 눈이 쌓여 있네요... 그것도 벌써 벚꽃이 만개하고 3월 말에... 0_0;;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새 학기 준비로 바빠야 할 시기이지만 (일본은 4월에 새 학기가 시작합니다)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새학기가 시작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고 작년 겨울부터 하루가 계속 눈사람 만들고 싶다고 했었기에 잘 되었다 싶어서

하루랑 같이 뒤뜰에서 눈사람을 만들기로 하고 점심 먹기 전에 밖으로 나갔다 왔습니다. ^^ 

 

 

 

 

 

그러고 보니 동네에 눈이 쌓인 건 2년만인 것 같네요.

2년 전 (클릭)과 같이 하루에게 우비를 입히고 밖으로 나왔는데 하루가 그 사이에 많이 커서 이제는 우비가 많이 작아졌네요 

하긴 2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네요. ^^;;

현관을 나선 뒤 하루는 뒤뜰로 달려가고 저는 우선 현관 앞이랑 주차장 앞의 눈을 치우기로 했습니다.

 

 

 

 

 

눈이 생각했던 것보다 축축해서 눈삽으로 쓸면 얼음처럼 변하면서 엄청 무거웠습니다.

 

 

 

 

 

우선 계단이랑 진입로를 중심으로 눈을 치우고 있었는데 뒤뜰에서 놀고 있는 줄 알았던 하루가 왜인지 계속 밑으로 내려와서

모아 둔 눈을 조금씩 들고 가기를 반복했습니다.

눈은 뒤뜰에서 많이 쌓여 있을 텐데 왜 멀리 여기까지 와서 눈을 가져가는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고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

 

 

 

 

 

집 앞에 쌓여있던 눈이 어느 정도 정리 되었을쯤에 

 

 

 

 

 

하루가 커다란 눈 덩어리를 뒤뜰로 가져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하루랑 같이 눈사람을 만들기로 하고 눈 치우기는 잠시 멈추었습니다.

힘들게 눈덩어리를 들고 있는 하루에게 "아빠가 들어줄까?"라고 물어도 "괜찮아 하루가 혼자 할 수 있어~"라고 하더니

10초도 안 지나서 "아빠~무리~~ 무거워~~"라고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나중에 집안으로 돌아와서 보안 카메라 영상을 봤고서 하루가 왜 그렇게 바쁘게 눈을 들고 왔다 갔다 했는지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혼자서 눈사람을 만드려고 뒤뜰에 쌓인 눈으로 작은 덩어리를 만들고 굴리기 시작했는데 눈밭에 남은 자기 발자국을 보고 뭔가 잘못 한 것

마냥 놀라서 발자국을 없애려고 바쁘게 다른 곳에서 가져온 눈을 발자국이 있는 곳에 던지기도 하고 가져온 눈으로 덮느라 그랬던 거네요.

영상을 보고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귀엽던지 한참을 웃었습니다 ^^

 

 

 

 

 

하루가 집 앞 진입로에서 가져온 눈 덩어리를 뒤뜰에서 굴리다 보니 순식간에 엄청 커졌습니다.

(눈이 축축한 상태라 쉽게 뭉쳐졌습니다. )

 

 

 

 

 

 

 

 

 

예전에 슈퍼에서 키위 사고받은 바스켓으로 눈사람에게 모자도 씌워주고 

 

 

 

 

 

하루가 작년에 주워와서 유리병 속에 계속 보관하고 있던 도토리로 눈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팔과 입도 만들어 줬습니다. ^^

 

 

 

 

 

하루도 여기저기 눈을 붙이고 두드리면서 정성껏 모양을 다듬었습니다.  

 

 

 

 

 

평소 뒤뜰의 활용도가 적은데 가끔 이렇게 한 번씩 뒤뜰이 있어서 참 좋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루와 같이 만든 눈사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걸로 눈사람 만들기를 마무리하고

하루를 집안으로 돌려보내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켰습니다.

 

 

 

 

 

하루를 집안으로 돌아간 뒤에는 잠시 멈추어 두었던 눈 치우기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눈을 치우고 돌아오면 다시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예전에 군대에서 밤새 제설 작업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근무지가 낮은 산속에 있었는데 산 밑 마을까지 이어진 보급로(산길)를 밤새 쓸어야 했는데 쓸고 올라오면서 보면 쓸었던 만큼 또 샇여있고

다시 마을까지 쓸고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또 쌓여있고... 거 기다다 멀리 떨어져 있는 대대에서 내려왔던 작업 명령은 일반 차량이 체인 없이도 오를 수 있게 제설 작업하라는 현실성이 부족한 명령이었습니다.

그래도 작업 교대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준비되어 있던 주전자에 담긴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가 참 맛있었는데 오늘도 우유 한잔 데워 마실 걸.... 커피를 마신 걸 지금 글을 쓰면서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눈 치우기를 마치고 정리를 하다가 눈사람에게도 딸아이와 같이 '하루'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나뭇가지로 알파벳을 만들어 붙이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더군요...

 

 

 

 

 

저도 집으로 돌아와서 흠뻑 젖은 옷들을 벗고 차갑게 언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근 뒤에 나와서 하루에게 "눈사람 만들기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봤더니 "눈사람 만들기만 하면 심심해" 라면서 눈싸움도 하고 싶었던 걸 어필했습니다. ^^;;

그래도 추워서 덜덜 떨었었으니 눈싸움까지 하는 건 무리였는데 오래간만에 본 눈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남았었나 봅니다.

오후에는 눈도 멈추고 기온도 조금 올라가서 눈은 거의 다 녹아 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눈 치우기는 안 해도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

정말로 생뚱맞게 3월 말에 내린 눈이었지만 하루가 눈사람 만들기 엄청 하고 싶어 했었기에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습니다.   

 

 

 

 

3/31 추가...

하룻밤 지나고 나니 눈사람이 아래와 같이 쓸쓸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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